초대회장

인 사 말 씀

- 미명을 나는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되어 -

2300년 전 어느 봄날 장자(莊子)는 잠을 자다가 자신이 한 마리의 나비가 되어 유쾌하게 날아다니는 꿈을 꾸었습니다. 그 꿈속에서 나비는 자신이 장자인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장자는 홀연히 깨어났는데, 생각해 보니 자신이 꿈에 나비가 된 것인지 나비가 꿈에 장자가 된 것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不知 周之夢爲胡蝶與 胡蝶之夢爲周與).

  주지하는 바와 같이 현하 생명과학과 의료기술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많은 과학자와 미래학자가 머지않아 인간이 꿈속에서가 아니라 현실에서 나비처럼 될 수 있는 세상이 도래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나비가 된 철학자, 슈퍼맨이 된 운동선수, 슈퍼컴퓨터가 된 교수 그리고 불로장생의 시민들...
 인간 자체, 인간과 사회의 관계,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관한 지금까지의 어떤 술어와 관념으로써도 정의하고 해명하기 힘든, 이 세상의 새로운 존재 · 새로운 주재자가 출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술어와 관념이 그러할 진데, 전통적 분류에 따른 단일 학문 영역에 매달린 학자들만의 고립적인 노력만으로써는 예측하기도 난해한 미래의 과제를 상정하고 그 해답과정을 궁리해 나간다는 것이 결코 평범하고 용이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헤겔은 지혜의 여신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낮이 지나가고 어둠이 내려앉을 때에 비로소 날기 시작한다(Die Eule der Minerva beginnt erst mit der einbrechenden Dämmerung ihren Flug.)고 하여, 철인에게 다만 과거와 기성의 사상(事象)에 자신의 사유를 집중하는 회고인으로서의 역할을 부여하고 있지만, 우리는 적어도 인간 존재의 미래상에 관한 한 해뜨기 전 미명(未明)을 미리 날아 어둠을 뚫고 미래를 예비하는 선지자의 역할을 자임하고자 합니다.
 의료에 관한 과학 · 기술 전문가와 인문학 · 사회과학 전문가가 함께 해서, 생명과학과 의료기술의 현황을 깊이 이해하고 그 변화 동태를 날카롭게 관찰하는 기초 위에 우리의 풍부한 상상력을 결집하여 미래의료가 야기할 여러 과제와 그 해답을 연구해 보고자 합니다.
 이러한 연구의 목적은 국가와 이념과 역사를 초월한 ‘인간의 존엄과 가치’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행복’을 고양하는 바에 있습니다.

 ‘미래의료인문사회과학회’의 설립은 우리의 원대한 목적을 구현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그러므로 이 목적에 공감하고 창의적 사고에 익숙한 인물이라면 그 전공 영역과 직위와 국적을 묻지 않고 구성원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며, 부단한 학술발표와 성과 공개를 실천해 가야 할 것입니다.
 율곡 선생은 1577년에 저술한 『격몽요결』의 첫머리에서, “초학자는 먼저 뜻을 세워야 하는바, 반드시 성인이 됨을 스스로 기약하여야 한다(初學 先須立志 必以聖人自期)”는 금언으로써 학자의 기본자세를 분명하게 교시하고 있습니다. 장차 수양과 학문이 남들만큼의 적당한 수준에 달함이 아니라, 최선 · 최고의 경지에 이르고자 하는 목표를 처음부터 세우고 정진해 나아가야 됨을 밝힌 것이라고 이해합니다.
 이제 설립되는 학회의 자세와 각오야말로 율곡 선생의 가르침에 어긋남이 없도록 굳세야 하고, 그로써 진선의 업적을 창출해 가는 것이어야 합니다. 

 학회의 설립에 공감하여 준비과정에 열성을 아끼지 않으신 설립위원회 위원 여러분의 학구열과 사명감에 경의를 표하며, 기조강연과 학술발표를 흔쾌히 수락해 주신 세계적 석학 이광형 교수님, 김형래 교수님, 문성학 교수님, 토론을 맡으시는 이인영 교수님, 김소윤 교수님, 박성원 교수님, 회의 진행과 좌장을 맡으시는 한상돈 교수님과 김현철 교수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학회 설립 준비의 본격적 시점부터 줄곧 노고를 아끼지 않으신 김소윤 교수님과 정창록 교수님, 양지현 간사님 그리고 학회의 표어 ‘미래의 의료, 인간의 미래’를 제안하신 하대청 박사님께는 특별한 사의를 전합니다. 
  오늘 참석해 주신 학회 창립회원 여러분의 동참과 협진에도 뜨겁게 감사드립니다.

2016. 10. 28.
학회설립위원회 위원장
법학박사 석  희  태